동문교회
031-701-0691 / 경기도성남시분당구야탑동 523번지
손세용 목사

누가복음 1장 26~38절

설교요약 :

"이 여인이 입은 은혜와 헌신"
2020년 12월 20일 성탄주일
누가복음 1 : 26 - 38 ; 이사야 7 : 14


어느 한 남자가 "하나님, 소원 하나 들어주세요"라고 외치자 하늘에서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래, 무슨 소원이냐?" 그 남자가 "하와이까지 다리를 놓아 언제든지 차로 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아뢰자, "네 기도는 들어가는 게 너무 많다. 다리교각을 태평양 바다 밑까지 놓아야 하고, 콘크리트와 철근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느냐? 내가 할 수는 있지만, 꼭 필요한 다른 소원 말해봐라"는 음성에, 한참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여자들에게 잘 해주길 원하지만, 여자들은 때로 토라져서 말도 안 하는데, 여자들을 잘 이해할 수 있길 원합니다." 그러자 곧바로 음성이 들립니다. "하와이까지 가는 다리를 4차선으로 해주랴, 8차선으로 해주랴?"


길에는 보통 세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는 사람이나 자동차 등이 다니는 길입니다. 둘째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신앙인의 길입니다. 셋째는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그리스도는 하늘과 땅을 잇는 길이 되시기 위해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셨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험한 길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에 있는 차마고도일 것입니다. 해발 5천m를 훌쩍 넘는 거대한 산봉우리와 1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 협곡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줄기가 위용을 자랑하는 땅에 있는 길로서,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역하던 것에서 시작된 '차마고도'는 실크로드보다 200여 년 앞서 형성된 인류 역사상 최고(最古)의 교역로입니다. 중국 한나라 이전에 형성되어 당나라와 송나라를 거치면서 최고로 번성했던 문명, 문화, 경제 교역로입니다. 이 길은 평균 4천m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가장 험준한 길인데, 사계절 눈 덮인 산과 수백에서 수천 km에 이르는 깎아지를 듯한 협곡 등, 곳곳이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 대자연과, 산 하나에 4계절이 한꺼번에 다 있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자연생태가 있는 곳인데, 우리 교회에서 티베트 선교를 할 때, 이 지역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찔한 길이었습니다.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시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길이었습니다. 우주를 창조하신 신이 하나의 난세포가 되어, 마리아의 태 속에 들어가 인간의 몸으로 오셨습니다.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고 가장 어렵고 힘들던 때,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가녀린 생명으로 오셔야만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길에는 또 가난한 목수와 정혼한 한 여인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음행한 것이 드러나면 돌에 맞아 죽임을 당하던 때, 정혼한 여인으로 남편이 아닌 다른 이의 아기를 잉태하고 해산하는 참으로 어려운 길로 메시야가 오셨습니다. 요즘은 몸매 버린다고 출산을 기피하는 일도 많다는데, 마리아는 이 어려운 일에 자신을 드렸던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 보면, 정혼한 마리아에게 '처녀 몸으로 아기를 낳으라'는 황당하고 충격적인 메시지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처녀로서 자존심과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메시야가 오시는 일에 자신을 드려 헌신합니다. '마리아'란 이름은 '비통', '고난, 슬픔'을 뜻하는데, 구약에선 '미리암'으로, 영어권에선 '메리'(Mary)나 '마리아'(Maria)로 불립니다. 신약에는 '마리아'란 여성이 '주의 모친 마리아'와, 마르다의 자매, '막달라 마리아',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 '마가 요한의 모친 마리아', '로마 교회의 신자인 마리아'(롬16:6) 등 6명으로, 당시 이스라엘에선 흔한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마리아는 12-14살 정도로 아무 사회적 지위도 없었는데, 천사 가브리엘이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라며 파격적인 인사를 합니다. 스톰스는 '은혜'에 대해 말합니다. "은혜란 자신의 공로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요, 자신의 무공로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만일 자신의 선함과 자랑할 만한 것에 의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면 그것이 구원이든 건강이든 장수든 부귀든 간에 그것은 은혜일 수가 없다. 은혜는 우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하나님은 이 파격적인 은혜를 마리아에게 베푸셨습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총을 입었다는 말은 언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는 일에,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낳지 않은 처녀의 몸을 빌어 쓰셨으니, 도리어 하나님께서 마리아의 덕을 보신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은 마리아를 향해 '은혜를 받은 자'(28절)라고 했고,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30절)고 말씀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리아는 하나님께로부터 어떤 은혜를 입었다는 것일까요?


첫째, 마리아는 메시아를 잉태함으로 인류를 구원하는 통로가 된 것입니다. 마태복음에는, 마리아의 임신을 요셉이 알고, 조용히 파혼하려 하자, 천사가 말합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마1:21). 마리아의 몸에서 태어나신 아기가 바로 온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라는 것입니다. 이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위대한 일입니까? 비록 해산의 고통과 사람들의 질시와 남편에 대한 미안함 등, 많은 괴로움이 따르지만, 자기에게서 이 땅에 영원한 생명을 주실 메시아가 태어나신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에밀 디킨슨의 시입니다. "만일 내가 한 사람의 상심을 건질 수 있다면 내가 사는 것은 헛되지 않으리. 만일 내가 한 사람의 괴로움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그 고통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다면, 한 마리의 허덕이는 안락새를 구하여 그 둥지 속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다면, 내가 사는 삶은 헛되지 않으리." 내게 고통이 있고, 희생이 있다 하더라도, 나의 희생을 통해 사람들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쓰임 받는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고, 가장 복되고 아름다운 삶이 될 것입니다.


둘째, 주님의 어머니가 되는 영광을 입습니다.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눅1:43)라는 말대로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됩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예수님께 아뢰자, 처음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라며 거절하는 듯 하셨지만, 이내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주셨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그 고통스런 순간에도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하시며, 효성을 다 하셨습니다. 부모는 자식 잘 두는 복 이상이 없을 텐데, 마리아는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의 어머니 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셋째, 여자 중 가장 복 있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엘리사벳이 말합니다.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다"(눅1:42). 마리아는 어떤 여인보다도 모든 사람들로부터 가장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선 '마리아'나 '메리'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여인이 무려 372만 명이나 되고, 남성들도 유사한 '마리오', '마리온' 등의 이름을 짓습니다. 오늘날 마리아를 본받아, 수많은 여인들이 일생을 바쳐 그리스도께 헌신과 충성을 다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리아'란 이름은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여인 중 가장 귀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 이름의 뜻이 그렇게 매력을 느낄 만한 이름이 아님에도, 이 이름이 이토록 하늘의 별처럼 빛나게 된 것은, 오직 마리아에게 임한 하나님의 은혜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 또한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저주를 받아야 마땅한데도 하나님은 우리를 저주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사랑하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무자격한 우리에게 소중한 호의를 베풀어주신 이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그런데 은혜가 은혜 되려면 이 은혜를 깨닫고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엄청난 은혜가 부어져도 내가 은혜를 깨닫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그것을 받는 자가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때만 은혜로 열매맺을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억수처럼 내려도 뚜껑을 닫은 그릇에는 한 방울의 물도 들어갈 수 없듯이, 은혜를 알고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자만이, 은혜를 누립니다.


그러면 마리아는 성탄의 은총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첫째, 겸손한 자세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마리아에게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눅1:28)하며 인사하자, 마리아는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29절)하고 생각했습니다. '은혜를 받은 자'라는 호칭에, 자기처럼 비천하고 이름 없는 여자가 어찌 감히 '은혜를 받은 자'이며, 또 '주께서 함께 하시는 자'일 수 있겠는가 하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던 것입니다. 또 자기 자신을 가리켜 '주의 계집 종'(38절)이라고 자칭하였습니다. 결코 천국의 황후(皇后)로서 자신을 높인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천사 앞에서도 자신을 가리켜 '주의 계집 종'이라 부른 것입니다.


지성인들이 한가하게 앉아 나름대로의 신앙적인 문제를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말문을 엽니다. "나는 교회에 나가도 보고, 하나님 말씀이라고 해서 성경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성경에는 초자연적인 이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내 마음에 거부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지성으로는 흥해가 갈라졌다느니 오천 명을 먹였다느니,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다는 내용이 마음에 걸려 믿어지지 않아 성경을 읽을 마음이 없다고 지성인으로서 자기 생각을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런데 말없이 듣기만 하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내 경험은 이렇다. 나같이 못된 놈이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그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다. 다른 기적은 얘기할 것도 없다. 내가 예수 믿는다는 것이 기적이고, 성경을 읽으니 성경 어떤 기적도 내게는 조금도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철인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뿐이다"라고 말했는데, 불신은 자기 한계에 대한 무지의 소산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실 때, 헤롯의 왕궁이나 대제사장의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으시고, 낮고 비천한 요셉과 마리아를 통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메시야의 탄생을 들었던 사람들도 모두 낮고 겸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들에서 양 치던 목자들, 성전에서 하나님의 위로를 기다리던 시므온과 안나, 그리고 하늘의 별을 보며 이 땅에 나타날 하늘의 징조를 기대하던 동방의 박사들입니다.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예수님을 영접했던 사람들도 모두 겸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좁은 문]을 쓴 앙드레 지드는 "겸손은 천국의 문을 열고 교만은 지옥의 문을 연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약4:6)고 하셨듯, 마리아의 겸손이 성탄의 은총을 얻게 했던 것입니다.


둘째, 믿음으로 성탄을 받아들였습니다. 천사가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눅1:31-33)라고 그녀의 몸에서 주님이 탄생하실 것을 고하자, 마리아는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34절)라고 의아해합니다. [메시지] 성경은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나는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쉽게 번역했습니다.


그러자 천사가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눅1:35)며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 일이 이뤄질 것을 말합니다. 처녀 몸으로 혼자 아기를 낳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불가능한데, 천사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이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고 선언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말합니다. "믿는 사람에게는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 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어떤 설명도 불가능하다." 남자와 아무 관계가 없었던 마리아가 처녀 몸으로 아들을 낳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알았지만, 하나님의 능력은 믿었습니다.


마리아는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절)라고 대답합니다. 자신이 분명 처녀인데, 하나님의 능력으로 잉태될 것을 말씀하자, '아멘'하며, 그대로 인정합니다. 요즘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를 말하지만, 이 경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식으론 불가능하지만, "모두 알겠습니다. 나는 섬길 준비가 된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길 원합니다"라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그대로 믿고 인정합니다. 믿음은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믿고 모두 받아들입니다.


필립 얀시는 현대 의학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설명했습니다.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께서는 작아지시고 작아지시고 또 작아져서 마침내는 하나의 난세포가 되기까지 작아지는 형태로 오셨다."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한 수정란이 불안에 떨고 있는 10대 소녀 마리아의 태 중에서 태아가 형성되기까지 세포분열을 계속해서 커져가야 될 난세포가 되어 세상에 오셨다고 합니다. 심한 표현이란 생각도 들지만, 예수님의 탄생은 그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이기에 과장되거나, 지나친 상상도 아닙니다. 어떻게 천지를 창조하신 그 크고 광대하신 하나님이 그렇게 작아지실 수 있을까요? 인간을 구원하려는 그 사랑이 당신을 그렇게 작아져 아기 몸이 되게 한 것입니다.


셋째, 성탄을 위해 자신을 드려 헌신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31절)는 수태를 전했을 때, 이것은 당시 엄격했던 관습에 의하면 간음죄로 몰려 돌로 쳐죽임 당할 무서운 일입니다. 유대 풍습은 결혼하기 1년 전에 약혼하고, 한번 약혼하면, 결혼 전에 약혼한 남자가 죽어도 여자는 과부로 취급되었습니다. 당시 결혼 전에는 약혼한 사이라 하더라도 혼전 성관계가 용납되지 않던 성도덕이 엄격하던 때였는데, 하물며 약혼한 여자가 다른 사람의 아기를 갖게 되면 그것으로 사형에 해당하는 무서운 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마리아가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한 것은 자기 생명을 내거는 헌신입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는 요셉과 속도 위반했다고 둘러대더라도, 요셉에게는 평생 죄 지은 마음과, 결혼 전에 해산하여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 부모의 구박 등, 엄청난 일인데, 마리아는 자신을 주님께 바칩니다. '메시야가 탄생하고, 하나님의 구원이 이뤄진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이루는 과정이 '나의 희생'을 통해 이뤄진다면 문제가 다릅니다. 아무 부담 없거나, 다른 사람이 담당한다면, 손뼉치며 환영하겠는데, 내가 희생해야 하고, 내가 수치를 당해야 하고, 내가 버림받고 죽임을 당해야 한다면, 마리아처럼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쉽게 동의할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겠습니까?


미국에 사는 어느 한 과부에게 주님께 헌신된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세 아들을 모두 주님께 바쳤습니다. 주님께서는 먼저 큰아들을 아프리카로 보내 복음을 전하게 했습니다. 얼마 후 이 아들은 식인종에게 잡혀죽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 소식을 듣고 주님 앞에 엎드려 자신의 아들이 주님을 위해 순교한 것에 대해 기도와 찬미를 드렸습니다. 이어서 어머니는 둘째 아들을 또 아프리카로 보내 복음을 전하게 했습니다. 둘째도 큰아들과 마찬가지로 식인종에 의해 죽었습니다. 막내인 셋째 아들도 아프리카로 보냈고 역시 죽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그녀의 친구가 찾아와 "너는 세 아들이 복음사역을 하다가 모두 죽었는데 후회하지 않니?"라고 묻자, 그녀는 '넷째 아들이 없는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면서, "주님! 온 세상을 모두 주님께 드려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낍니다"라고 기도했습니다. 어느 한 시인이 이 기도를 듣고 감동되어 찬송을 지었습니다. "온 우주를 다 준다해도 그것으로 주 섬기기에 부족해. 놀랍고 깊은 사랑 인해 내 마음과 내 목숨, 모든 소유 드리리."


마리아는 천사의 수태고지를 받고,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며 자신을 온전히 메시아 탄생의 제물로 삼겠다고 헌신합니다. '내가 욕을 먹고, 약혼자에게 버림을 당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간음한 여인으로 몰려 돌에 맞아 죽은 한이 있더라도, 내가 주의 계집종일진데, 나를 통해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이 마리아의 자세였습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운 헌신의 자세요, 고귀한 희생과 순종의 모습입니다. 마리아의 이 헌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 주님은 육신으로 세상에 오실 수 있었겠습니까?


머지않아 하나님의 축복과 사람들의 축하 속에 멋진 결혼식을 치르고, 그리고 행복한 신혼의 단꿈을 꾸며, 아름다운 생활을 꿈꾸고 있을 꽃다운 처녀에게 남편이 아닌, 다른 이의 아기를 낳으라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형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기꺼이 그것을 감수합니다. 자신을 고스란히 바치겠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만 아니라, 모든 불행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입니다. 이것이 마리아가 자신을 '주의 여종'이라고 고백한 것에 대한 바른 태도였던 것입니다.


위대한 신앙인이었던 전 유엔 사무총장 대그 함마슐드는 1961년 9월 17일 아프리카 정글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가 죽기 전에 쓴 마지막 일기는 이런 기도문이 있었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겸손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주님을 섬길 수 있도록 믿음을 더하여 주시옵소서. 나를 위하여 몸을 바치신 주님, 저도 주님께 '예!'하고 대답하나이다." 함마슐드는 어쩌면 마리아의 겸손과 믿음과 헌신을 그대로 본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통하여 우리 주님은 이 땅에서 영광 받으시고, 또 세상에서 평화에 관한 일을 이루어 가십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도록 어떤 겸손과 믿음과 헌신을 드려야 할까요?


어느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은 집안의 가구들을 내다 팔아 술 마시고 돈 떨어지면 돈 내놓으라고 아내를 심히 구타한다네. 게다가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몸을 가누기도 힘든데 원치 않은 임신까지 했지. 아이를 낳아도 잘 키울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이 태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한 학생이 재빨리 손들고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낙태시켜야 합니다." 그러자 교수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방금 베토벤을 낙태시켰네! 수태된 태아는 베토벤이었네. 베토벤은 열 한 살 때부터 극장을 돌며 예술을 시작했다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불행의 터널을 통과한 사람이었지만 불행의 조건이 오히려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창조적 조건으로 승화시켰지. 만약 그때 낙태되었다면 어쩔 뻔했는가?"


교수가 다시 학생들에게 질문합니다. "결혼하려는 약혼녀가 자신과 잠자리를 한 적이 없는데, 알 수 없는 임신을 해서 배가 불러온다면 어떻게 해야 좋겠는가?" "당연히 약혼을 취소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러자 교수가 말합니다. "자네는 지금 마리아와 요셉을 이혼시켰네. 그 수태된 아기는 예수라네. 요셉은 이 황당한 사건을 조용히 해결했지. 그는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대로 마리아를 보호하는 사람이 됐고, 결국 구세주가 탄생할 수 있었네. 만약 그때 요셉이 약혼을 취소하고 마리아와 헤어졌다면 어쩔 뻔했는가?" 마리아와 요셉의 헌신을 통하여 메시아가 오셨습니다.


우리는 입으론 하나님께 '주여, 주여!'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님을 자기 하인처럼 부리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내게 이루어지기보다, '내 뜻'을 하나님을 통해 이루려 하다, 내 뜻이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미련 없이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을 찾는 이도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주님께 선택되었다기보다 내가 여러 신들 중에 주님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은혜를 모르는 교만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약혼자까지 있는 처지에서, 자기 몸을 메시아가 오시는 통로로 삼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여자 중에 복이 있는 자'가 되었고, '내 주의 모친'이 되었으며, '만세에 복이 있다 일컬음을 받을 자'가 되었고, '은혜를 받은 자'라 칭함 받았습니다. 2천년 전, 이 땅에 오신 주님은 갈라지고 찢기고, 죄로 낙심되고 좌절한 사람들을 온전케 하기 위해 오셨습니다. 이 복된 성탄을 우리도 마리아처럼 예수님을 겸손과 믿음과 헌신으로 모심으로, 임마누엘의 은총을 크게 누리시길 축원합니다.


미셸 퀘스트의 [예라고 하게 하소서]시입니다. "아들아, 예라고 대답해다오! 나는 이 세상에 오기 위해 마리아의 예라는 대답이 필요했듯이 너의 예라고 하는 대답이 필요하다. 너의 일터에 내가 있어야 하고, 너의 가정에도 내가 있어야한다... 쳐다보는 눈도 내 눈이어야지 네 눈이어서는 안 된다... 오 주님, 주님의 요구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러나 누가 주님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내 나라가 아니라 주님의 나라가 임하고,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예라고 대답하게 하소서."

누가복음 1장 26~38절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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