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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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용 목사

요한복음 2장 1~11절

설교요약 :

"큰 기쁨을 가져온 기적의 요인"
2020년 11월 8일 주일예배
요한복음 2 : 1 - 11 ; 시편 4 : 7


영국의 낭만파시인 바이런이 옥스퍼드대학에 다닐 때, 종교과목 시험에 "물로 포도주로 바꾼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에 담긴 종교적이고 영적인 의미를 서술하시오"라는 문제를 받고 우두커니 창 밖만 바라보고 있자, 교수가 물었습니다. "왜 문제를 풀지 않나?" 그러자 "저는 쓸 말이 없습니다"며, 시간이 거의 끝나는데 여전히 한 자도 쓰지 않자, 교수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한 글자라도 쓰면 낙제는 면할 것이네. 시간이 없으니 어서 답을 쓰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러자 학생은 마침내 답안지에 한 줄의 문장을 썼습니다.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 이 답안으로 그는 최우수 학점을 받았습니다. 참 시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입니다.


신록의 계절인 오월에도 그늘은 있듯이, 생명력으로 넘쳐나는 청춘에도 어두움은 있습니다. 올해 자살 예방기관 관계자들은 이상한 흐름이 포착되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도권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자살관련 데이터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일보 취재결과 자살예방 상담기관들의 상담접수 건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는데, 상담전화가 포화상태로 연결되지 못한 전화가 통화 건수의 2배를 넘었습니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되어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여성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자녀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못 가면서 육아부담이 높아진 여성들의 갈등문제가 증가된 것입니다. 자살시도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은데, 지난해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시도 여성이 1만2899명(59.9%)으로 남성 8646명(40.1%)보다 많고, 연령도 20대(23.0%)가 가장 높아, 한창 사랑과 꿈이 부풀어오르기도 전에 시들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은, 체온, 맥박, 호흡 등으로 알 수 있는데, 영적인 면에서도 '영적인 체온과, 영적인 맥박, 영적인 호흡이 있는가'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은 36.5도 체온이 0.5도만 낮아도 쉽게 감기에 걸리고, 심지어 암과 같은 중병에 걸립니다. 한 여름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다가 저체온증에 걸리면 무더운 날에도 죽고 마는데, 영적 체온도 유지돼야 병들지 않습니다. 영적 체온이란 곧 기쁨으로, 존재의 근원적 조건입니다. 거룩한 기쁨으로 존재의 열기, 존재의 체온이 유지돼야 그 어떤 상황과 환란도 이겨나가게 됩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가나의 혼인잔치의 포도주 넘치는 기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파스칼은 말했습니다. "기적이 없다면 예수를 믿지 않아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한 말입니다. 이적은 분명히 있기에 핑계할 수 없습니다. 그런고로 예수를 믿지 않는 것이 죄가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의지나 노력으로 살아가지만, 그런데 때로는 신의 초월적인 기적이 나타나길 간절히 소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는 기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첫째,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고향에선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으신 이유를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들이 믿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거기서 많은 능력을 행하지 아니하시니라"(마13:58). 기적은 믿음의 열매입니다. "네가 믿는 대로 되리라." 믿음이 없는데 무슨 기적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가버나움에서 한 중풍평자를 친구들이 지붕을 뚫고 달아내려 예수님 앞에 데려오자 '저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환자의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불신시대라서 아무 것도 믿지 않으니, 기적이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기적이 일어나도 기적으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둘째, 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약4:2). 이 시대는 물질만능, 과학만능의 시대라서, 돈만 있으면, 그리고 과학이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초월적인 능력을 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돈이나 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우리의 환경을 좀 바꿀 수 있을 뿐이지, 인간 자체를 바꾸거나 생사를 좌우하진 못합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은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냥, 하나님께 무엇을 구하거나, 그 능력을 구하지도 않으니, 무슨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일어날지라도 기적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셋째, 욕심이나 잘못된 마음으로 기적을 구하기 때문입니다.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약4:3). 우리가 바른 자세로 주님의 능력을 믿고 구하면 오늘도 우리 가운데 놀라운 기적은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입장에서 최선이 아닌 것들을 구하는가 하면, 때론 우리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되거나, 다른 사람의 기도에 대한 거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기도에 대한 응답되지 않음이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하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C.S.루이스 "만일 하나님께서 내가 지금까지 드린 모든 어리석은 기도에 다 응답하셨다면 지금쯤 나는 어디에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기적을 기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계기까지도 만들어주십니다. 우리가 기적이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이나 지혜나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운 일이 해결되는 것만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려운 일을 만나는 것부터가 기적일 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높은 지혜와 능력과 섭리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사단도 병들면 천사가 된다"라고 조지 폭스(George Fox)가 말했듯이, 악한 사람일지라도 병이 들면 회개하고 하나님을 찾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은 예수님의 공생애 초기 갈릴리 가나의 어느 가정의 결혼잔치 이야기입니다. 결혼식은 한 사람의 생애 중 가장 기쁘고 중요한 의식으로서, 세계 어디서나 가장 성대한 잔치로 여기는데, 당시 유대사회도 결혼잔치라면 일주일에서 무려 2주일간이나 계속할 만큼, 가장 성대한 잔치였습니다. 잔치하면 무엇보다도, 손님이 많아야 하고, 또 음식이 풍족해야 합니다. 손님 없는 잔치도 쓸쓸하거니와, 음식 없는 잔치도 허전하기 마련입니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서 함께 음식을 먹고 즐기며 그 가정의 기쁨을 함께 축하할 때, 잔치의 즐거움은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본문의 혼인잔치는, 나사렛에서 북쪽으로 14km가 떨어진 '갈대'라는 뜻의 '가나'라는 마을에서 열렸는데, 멀리 가버나움의 예수님과 제자들까지 초대를 받은 것을 보면, 예수님과 친척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결혼 잔치에 예상보다 손님이 많이 왔던지 그만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물이 귀하였기에 일찍부터 포도를 가지고 술을 만들어 음료수로 사용해 왔습니다. 유대인들의 격언 가운데 '포도주가 없으면 기쁨이 없다'(Without wine, there is no joy)라는 말이 있었듯이, 잔칫집에선 반드시 음식과 포도주로 손님들을 접대했는데, 그만 이 혼인하는 집에 포도주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때 주인은 포도주가 떨어져 손님들에게 큰 결례가 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서 몹시 당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진 이 사실을 마리아가 예수님께 말씀드리자, 예수님은 처음엔 냉정하게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요2:4)고 대답하십니다. 사람들은 이 '여자여'라는 표현 때문에 "예수님이 어머니에게 어떻게 '여자여!'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의아해 하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어머니를 무시하여 '여자'라고 부른 것이 아닙니다. '여자여!'로 번역된 [구나이]란 헬라어는 왕후를 부를 때 쓰는 말로, 여자에 대한 최고의 높임말입니다. 공동번역은 그냥 "어머니!"라고 번역했는데, 차라리 우리 정서에는 그 말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예수님의 '이 사건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대답이 거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5절에서 하인들에게 이르기를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요2:5)고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인들은 예수님께서 시키신 대로 결례에 쓰는 돌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가득히 채우자 예수님은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이르십니다. 그래서 통 안에 있던 물을 떠다 연회장에게 가져다주니, 이 물은 포도주로 변해 있었고, 연회장은 그 포도주를 맛보고 신랑에게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10절)며 의아해합니다. 이렇게 물로 포도주를 만든 사건을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11절)고 성경은 결론짓습니다.


예수님이 물로 포도주 만드신 이 사건으로, 포도주가 떨어져 염려하고 당황해 하며 흥이 깨질 뻔했던 이 잔칫집에 다시 기쁨과 활기가 넘쳤습니다. 처음에 나왔던 포도주보다 더 좋은 포도주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고, 잔치는 더욱 흥겹게 무르익을 수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가장 기쁘고 흥겨워야 할 혼인 잔치가 자칫 부끄러움과 수치의 자리가 될 뻔했고, 모든 것이 넘치는 축제의 자리가 결핍과 결례로 아쉬움과 한(限)을 남길 뻔하였던 것을, 예수께서 베푸신 기적으로 인하여 더욱 신명나고 흥겨운 사랑의 잔치, 즐겁고 풍요한 기쁨의 축제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잔칫집에 이런 큰 기쁨이 넘치게 한 기적의 요인은 무엇입니까? 첫째, 예수님을 이 잔치에 초대한 것입니다.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요2:1-2). 이 잔치에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과 열 두 제자가 함께 초청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염세주의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시며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성결은 격리가 아니다(Sanctity is not singularity)'는 말처럼 예수님은 현실을 떠나 은둔하지 않고, 사람들과 삶 속에서 고락을 함께 나누셨습니다.


마가복음 5장에, 열두 해를 혈루증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짐으로 고침 받는 기적이 나타납니다. 이 여인이 열두 해 동안이나 시달린 그 고질병을 고침 받는 기적을 체험했던 것은 바로 예수님과 접촉이었습니다. 로마의 시스틴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불후의 명화 [천지창조]는, 진흙으로 빚어진 아담의 손끝에 날아가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닿는 순간, 한낱 흙덩어리였던 아담이 하나님의 손끝을 통해 전달된 생기에 의해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는 장엄한 순간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나님의 손끝에 아담의 손끝이 접촉되는 순간, 진흙덩어리가 생명체가 되듯,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의 고난의 현장으로 끌어들여야만 합니다. 성경은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3:6)라고 약속합니다.


영국인들에게 애절한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 가운데 '앨리스 공주'(Princess Alice)가 있습니다. 그녀가 결혼하여 딸을 낳았는데, 그 딸이 디프테리아에 걸렸습니다. 왕실 주치의는 공주에게 그 병의 전염성 때문에 딸과의 신체적 접촉을 엄히 금했습니다. 그런데 한날 밤중에 딸의 고통스런 소리를 듣고 공주는 잠에서 깨어 딸에게 달려가 보았더니 고열로 헛소리를 하며 공주 엄마에게 "엄마, 키스해주세요"(Mamma, kiss me!)라고 말하자, 공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딸에게 키스했습니다. 얼마 후 공주도 이 병에 감염되어 죽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공주님, 왜 그렇게 하셨어요?" "내 딸을 살릴 수 있다면 앞으로 열 번이라도 키스할 것입니다." 공주는 갔지만 딸을 살렸고 영국인들에게 사랑의 영원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우리도 주님을 우리의 모든 삶의 현장에 초대하여, 그분과의 접촉점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둘째, 문제를 주님께 아뢴 기도입니다.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요2:3)라고 말씀합니다.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그 사실을 그대로 예수님께 아뢰었던 마리아의 기도가 문제를 해결할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이 것을 보면, 마리아는 예수님은 모든 문제의 해결자로 보았고, 그래서 이 문제를 즉시 예수님께 아룀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것을 부탁하였던 것입니다. '이 일은 예수님과 상관없는 일이다'고 숨기고 감춘 것이 아니라, 예수님은 이런 문제도 해결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대체로 보면, 사람들이 영혼의 문제는 하나님께 맡김으로 영혼 구원은 받는데, 현실적인 문제는 하나님께 맡기지 않고, 기도하지 않음으로 현실 속에서는 하나님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의 비숍 탬플이 옥스퍼드대학 채플에서 기도응답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며, 기도를 통해 일어난 일화를 학생들에게 말하자 한 학생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목사님, 이런 대명천지에 어떻게 기도응답 같은 미신에 대해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것입니다." 탬플 목사는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젊은이, 자네 말대로 그것이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는데 이상한 사실이 하나 있네. 내가 기도를 그치면 그 우연도 그치고 만다는 걸세." 성도의 기도는 기적의 통로가 됩니다.


1979년 9월 6일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에서 1등으로 당선된 세릴 프레위트 양의 간증은 많은 은혜를 끼쳤습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다 차가 전복되어 왼쪽다리를 다쳐 봉합수술을 받았으나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불구자가 되었습니다. 그 후 상처는 아물었지만 세포가 죽었기 때문인지 발육이 정지되어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2인치나 짧은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두 그녀의 뛰어난 용모를 아까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교회에 참석하여 훌륭한 신앙의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1974년 10월 21일 그녀는 미시시피주의 잭슨시에서 열린 부흥회에 참석했습니다. 300여 명의 참석자 가운에 섞여 하나님께 자기 다리가 낫게 해달라고 마음을 쏟아 기도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있을 때 자기 왼쪽 다리가 쭉쭉 늘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어나 걸어보니 기적이 일어나 2인치나 짧던 왼쪽 다리가 오른쪽과 똑같아졌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52대 미스아메리카로 당선되었습니다. 미스아메리카는 다른 미인대회와는 달리 용모만이 아니라 교양이 있는 사람이 당선되므로 거기에 뽑히면 더 명예스럽다고 하는데, TV에서 그녀는 간증하길 "주님 외에 누가 저를 고쳤겠습니까?"라며 아름다운 소리로 주를 찬송했습니다. 주님은 약속하십니다.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 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요16:24).


셋째,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마리아가 하인들에게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2:5)고 이르자, 하인들은 예수님 말씀대로 순종합니다. 예수 말씀에 순종함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기적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특별한 은혜로써 성도에게 주시는 은사지만, 이 은사를 받는 그릇은 내게 있어야합니다. 그 그릇은 믿음과 순종입니다. 믿음과 순종이 있어야 하나님이 주시는 은사를 받을 수 있기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 믿음과 순종을 요구하십니다.


포도주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에 예수님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거기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요2:6-7). 여기 '돌 항아리'는 유대인의 집 문 입구에 물을 담아놓는 항아리로서, 식사 전이나 외출에서 들어올 때 손을 씻어 밖에서 더럽혀진 마음을 씻어내는 용도였습니다. 하인들은 마리아가 주인이나 연회장이 아니기에 '손님들이 몰려와 정신 없이 바쁜데 당신이 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며, 예수님 말씀을 무시해버릴 수 있었으나, 주님 말씀에 순종하여 물을 길어다 부음으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목장 풍경을 그리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데, 한 아이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백지를 들고 나와 제출했습니다. 그 백지를 보고 선생님이 깜짝 놀라면서 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그러자 그 아이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대답합니다.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그럼 소는?" 선생님의 물음에 이 아이가 황당해하면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왜 여기 있겠어요?" 오늘 말로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통해서는 아무런 역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다 가는 사람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역사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단순하게 순종하며, 묵묵히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에서 하나님의 역사는 계속됩니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20세기 최고의 심리학자인 칼 융에게 불면증에 시달리며 온 몸이 아픈 미국의 백만장자가 비행기 타고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융은 특별한 치료도 해주지 않고 소개장을 써주면서 모스크바 근교의 수도원 원장을 찾아가라고 합니다. 수도원장에게 찾아가니 시키는 대로 하겠느냐고 묻고는 하루에 주기도문을 3백 번 외우라고 말합니다. 황당했지만 별 수 없이 따르자, 다음 날엔 6백 번을 외우라고 하더니 주문이 계속되며, 하루에 3백 번씩 보태집니다. 드디어 6천 번 외우는 날, 막 주기도문을 외우려하는데, 몸 속에서 이상한 힘이 느껴지더니, 그대로 완치되었습니다. 불면증이 싹 사라지고, 온 몸이 아픈 것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어느 술주정뱅이는 항상 술독에 빠져 아이들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했고, 술에 취해 집안의 살림을 다 부수어 거덜내기 일수였습니다. 그런 그가 예수를 영접하고 중생의 체험자, 술친구들은 그를 비웃습니다.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데, 자네는 그걸 정말 믿는가?" 그러자 이렇게 대답합니다. "글쎄, 물이 포도주가 된 것은 난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네. 예수님은 우리 집에서 맥주를 저금통장으로 바꾸었고, 소주를 아이들 장난감으로 바꾸셨네. 그리고 술주정뱅이인 나를 이렇게 변화시키셨는데, 그 까짓 물이 포도주 된 것이 대수인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칠레 안데스산맥에 아타카마 사막은 연평균 강수량은 15mm정도로, 일부지역은 4천년간 비가 내린 흔적이 없는 건조한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천체관측을 방해하는 구름과 수증기가 거의 없어 큰 규모의 전파망원경 'ALMA'가 있습니다. 그런데 2015년 3월, 선인장조차 자라지 않는 이곳에 엘니뇨현상으로 비가 한바탕 내렸는데 일부 지역엔 23㎜가 내려, '생명수'가 부어졌습니다. 그러자 그 척박한 사막 곳곳에 파란 싹이 돋아나, 싹이 줄기가 되고 꽃망울이 맺히더니 흙먼지뿐이던 사막에 분홍색 당아욱 꽃이 만발하는 장관이 연출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척박한 이곳에 수백만 송이 꽃이 뒤덮여 사막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사막 같은 삶에도, 하나님의 은혜의 단비만 부어지면,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낙원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도와 순종이 필수입니다.


주님의 선교명령에 순종하여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중국 연변으로 떠나 교수생활을 하는 어느 교수님 부인의 이런 간증이 있습니다. "오늘도 변함 없이 연변의 가을은/코스모스 꽃들이/들꽃들이/맑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흰 구름이/미루나무 숲 사이로 반짝이며 비치는 가을햇살이/싸늘한 가을바람이/조용히 제 곁에 다가와 속삭입니다./저와 친구가 되어 이 아름다움에 함께 머무르고 싶다고/요즈음 이곳 건너편 미루나무 숲길을 산책하였는데/미루나무 숲 사이로 비껴 가는 가을 햇살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이 정경을 마음으로 스케치 해두었습니다.--/또한 오는 길에 들녘에서 보랏빛과 핑크빛 들꽃들을 한아름 꺾어들고/얼마나 행복해 했던지/집에 와서 여기저기 들꽃으로 단장을 했습니다/바흐의 무반주 협주곡을 들으면서/연변에서의 단순한 생활/이곳에서 욕심 없이 이렇게 사는 것도 아주 행복한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남편과 함께 1원짜리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시장을 보며 먼지투성이인 곳을 누비고 다녀도/왠지 재미있고 행복함이 넘치곤 한답니다./비록 타고 다니던 그랜저 자가용이 없어도/비록 값비싼 옷을 입지 않아도/비록 좋은 집에 살지 않아도/비록 제 마음에 드는 좋은 가구가 없어도/구름 타고 오실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며/들꽃들과 더불어 사랑을 속삭이는/큰 기쁨이 마음속에 넘친답니다.---"


우리는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드리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때론 절박한 한계상황에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하며 간증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는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상황의 현장에 주님을 모셔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께 나의 사정을 기도로 아뢰고, 그분 말씀에 구체적으로 순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할 때, 맹물 같은 우리 삶이 포도주처럼 기쁨과 환희로 변할 것입니다. 어찌할 수 없는 한계상황은 곧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날 기회입니다. "주께서 내 마음에 두신 기쁨은 그들의 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보다 더하니이다"(시4:7). 믿고 순종하는 자에게 주님은 포도주보다 더한 기쁨을 주십니다.

요한복음 2장 1~11절

사흘째 되던 날 갈릴리 가나에 혼례가 있어 예수의 어머니도 거기 계시고

예수와 그 제자들도 혼례에 청함을 받았더니

포도주가 떨어진지라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그의 어머니가 하인들에게 이르되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하니라

거기에 유대인의 정결 예식을 따라 두세 통 드는 돌항아리 여섯이 놓였는지라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귀까지 채우니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 하시매 갖다 주었더니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

말하되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 하니라

예수께서 이 첫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그의 영광을 나타내시매 제자들이 그를 믿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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