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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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용 목사

고린도전서 10장 11~12절

설교요약 :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
2020년 6월 7일 주일예배
신명기 8 : 11∼20 ; 고린도전서 10 : 11 -12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는 잊은 일을 말했을 때, '아, 그랬었지'하고 생각나면 건망증이고, 잊은 일을 말해도 '그런 적 없다'며 전혀 기억 못하면 치매랍니다. 아내가 남편 이름 잊어버리는 건 건망증이고, 얼굴까지 잊으면 치매랍니다. 남자가 볼일보고 지퍼를 안 올리면 건망증이고, 지퍼를 안 내리고 볼일 보면 치매랍니다. 우리가 모든 일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예루살렘 통곡의 벽 입구에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에 대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쓰여져 있는데, 유대인들은 '과거를 망각하면, 잘못된 과거는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전에 386세대에 대해 '3.1절도, 8.15도, 6.25도 모르는 세대'란 말이 있었는데, 6.25전쟁발발 초기 제1사단 13연대장으로 경기도 적성 고랑포-장단을 지키던 고 김익렬 중장의 [전장 일기]에 이런 글이 실려있습니다.


"새벽 4시 개성-고랑포 일대 38선 부근 제1사단 경계진지에 느닷없이 북괴군의 포탄이 떨어져 일대는 온통 포연으로 뒤덮였다. 무전기는 시끄럽게 상부의 전진명령을 알렸지만 적의 월등한 전력에 밀려 13연대는 26일부터 밀리면서, 요란하던 무전기도 28일 아침에는 끊겼는데, 이유는 서울이 이미 적에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부상병을 서울로 후송시킨 앰뷸런스들이 그대로 되돌아와 전한 서울함락 소식이 사병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운전병을 병사들과 격리했다. 6월 28일, 연대 지휘부에 연대장인 나와 1, 2, 3 대대장이 모였는데, 전원 자결하자는 쪽과 게릴라전으로 옥쇄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그때 미군 B-29와 B-27 폭격기가 문산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부대를 후퇴시켜 행주나루를 건너 김포반도로 가기로 결단했다. 후퇴하며 겪은 일들은 패배한 군대가 겪는 비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국군이 후퇴하면서 자신이 가꾸던 가지 밭을 밟고 지나가자 낫을 들고 덤비던 농부, 작전을 전할 연락병이 타고 간 지프차를 중간에서 빼앗아 타고 도망간 비겁한 장교, 중대장의 후퇴명령에 '수도가 함락되고 정부가 없어졌는데 네가 아직 장교냐'며 반발하던 하사관..." 패전이 스치고 간 인간 군상들이 그의 일기장에 빼곡이 적혀 있습니다. 김 대령은 '전쟁은 이겨야 한다. 전쟁에 지면 순진한 농민까지 등을 돌린다'고 적고 있습니다.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나라를 공산침략을 막아낼 수 없었을 때, 하나님께서 UN을 통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16개 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 흘려 싸우게 하심으로 우리나라는 공산 군대를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에 한 나라만 반대해도 UN군 파견은 불가능했는데, 하나님께서 소련 외상 비신스키를 한국파병을 결정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에 불참케 하심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UN군 파병이 결정되어 나라를 공산침략으로 건져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신명기 말씀은 이스라엘이 애굽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40년 동안 광야생활을 마친 후, 가나안땅이 저 앞에 내다보이는 요단강 가에서 이스라엘의 영도자 모세가 죽기 직전 백성들을 모아놓고 지난 광야생활을 회상하면서,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지른 범죄의 회개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40년 간의 발자취를 통해 얻은 소중한 교훈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다시 깨우쳐 줌으로, 앞으로 들어가게 될 가나안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 이방인들 앞에서 어떻게 행해야 할 지를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본문 11절, 14절, 그리고 19절에는 '잊지 말라'는 말씀이 세 번이나 반복됩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편안할 때, 과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주하게 되며, 또 네 소와 양이 번성하며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염려하노라 여호와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이끌어 내시고"(신8:12-14). 이스라엘 백성들은 과거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로 애굽을 탈출하여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지난날의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지난 날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아야, 다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은 매년 유월절이 되면 가정에서 이스라엘의 출애굽 민족해방의 역사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전승됩니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이 의식이 싹트면서 부모에게 처음으로 듣는 말이 '우리는 이집트에서 바로의 노예였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의 3천년 역사 대부분이 망국으로 타향에서 쓰여진 유랑의 역사였기에, '우리는 노예였다'는 말은 사실을 정확히 표현한 말입니다. '우리는 노예였다'고 가르치는 것은, 우리는 노예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니 이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변화시키고 극복하기 위함입니다. 과거 치욕스러웠던 노예의 역사를 가르침으로 과거를 반성하며, 하나님의 은혜로 얻게 된 자유를 지켜가겠다는 다짐입니다.


둘째, 그 어려웠던 때,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그 은혜를 잊지 말라고 합니다. "너를 인도하여 그 광대하고 위험한 광야 곧 불뱀과 전갈이 있고 물이 없는 건조한 땅을 지나게 하셨으며 또 너를 위하여 단단한 반석에서 물을 내셨으며"(신8:15).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불뱀과 전갈에 시달렸고, 그곳은 '물이 없는 건조한 땅'이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 하나님은 '단단한 반석에서 물을 내셨다'고 했습니다. 광야 40년 동안 물을 낸 사건은 두 번인데, 첫 번째는 출애굽 제 1년 르비딤에서였고(출17:1-7), 두 번째는 출애굽 제 40년, 가데스 바네아에서였습니다(민20:1-13). 이처럼 지난 40년 간, 숱한 위기 때마다 지켜주신 은혜와 사랑을 잊지 말라고 하십니다.


미국 대선에 두 번 출마했던 억만장자 로스 페롯(Ross Perot)의 친구 몰트 마이어슨(Mort Myerson)은 40대에 미국의 유수한 재벌 그룹의 회장이 되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유태인으로서 소련에서 도망쳐 미국에 밀입국하여, 뉴욕 부루클린의 지붕 밑 골방에 살면서 옷 수선을 하였습니다. 인종차별을 받으며 몹시 고달픈 삶을 이어갔으나, 할아버지는 몰트에게 귀가 아프도록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라.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너는 그 사람들을 좋아하고 너도 그들에게 필요한 인간이 되어라." 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유태인들이 수천 년을 전승해온 오늘 말씀과 같이 은혜를 잊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셋째, 이런 시련 후에 장차 예비하신 하나님의 은총과 섭리를 잊지 말라고 합니다.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하심이었느니라"(신8:16b). 이는 많은 역경과 시련을 통해 성도를 시험하시는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들을 어떤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시련을 주시지만, 그 시련이 끝나면 반드시 축복해주십니다. 예수님도 광야에서 말씀으로 시험을 이겨내시자, "이에 마귀는 예수를 떠나고 천사들이 나아와서 수종들었다"(마4:11)고 했습니다. 가장 큰 고난을 겪었던 욥의 경우도 "여호와께서 욥의 말년에 욥에게 처음보다 더 복을 주시니 그가 양 만 사천과 낙타 육천과 소 천 겨리와 암나귀 천을 두었고, 또 아들 일곱과 딸 셋을 두었다"(욥42:12-13)고 하여, 모든 면에서 갑절의 복을 받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성도에게 시련은 축복의 전주곡임을 알아야합니다.


한 여성이 많은 괴로움을 겪고서 '하나님이 참으로 나를 사랑해주시는 것일까, 나를 잊어버리신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고 포도원 옆을 지나갔습니다. 포도나무마다 많은 잎이 맺혔지만, 열매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 하늘의 정원사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네가 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받고 있느냐? 내 딸아, 기억해라! 정원사가 가지치기를 그만두고, 경작을 멈추는 것은 그가 그 포도나무로부터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때뿐이란다. 너는 내가 가지치기를 그만두기를 원하느냐? 너는 내가 네 인생에서 잎사귀 외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길 원하느냐? 만일 그렇다면, 나는 가지치기와 경작을 그만두고, 네게서 잎사귀 외에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제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하늘 정원사이신 하나님, 이젠 알겠습니다. 저를 가지치기하시고 경작해주세요! 주님이 제 인생에 허락한 시련들로 저는 더욱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될 것입니다. 주님께 간구하옵나니, 이러한 슬픔과 고통을 통해 제 삶에서 열매를 거둘 수 있게 된다면 부디 제 삶을 경작하여주옵소서!" 우리의 소원과 꿈과 희망이 좌절될지라도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기억할 것은, 포도나무의 가지를 쳐주시는 것은 바로 주님의 사랑의 손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의 교훈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일제 36년의 압제에서 해방과 자유를 얻게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해방된 것이 우리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이 일본을 태평양전쟁에서 패망케 하심으로 우리는 이로 인해 해방을 얻게 된 것입니다. 상해나 만주, 혹은 미국에서 우리 선배들이 독립운동과 무장투쟁으로 민족정기를 드러냈지만, 나라를 해방시킬만한 힘은 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해방은 분명 하나님의 은총이었고, 대한민국을 건국하게 된 하나님의 섭리였음을 알아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6.25 민족 동란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주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반도 가운데 낙동강 이남만 남은 채, 그야말로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서 공산군을 밀어내고 다시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수호했는데, 이것은 결코 우리의 힘이 아니라, UN군이 파견되어 피 흘려 싸운 덕으로, 이런 덕을 입게된 것은 하나님의 초월적인 개입 때문입니다.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 공원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유엔군 사망자수가 628,833명이고 그 중에 미군이 54,246명입니다. 행방불명 된 유엔군은 470,267명이고 미군이 8,177명입니다. 포로 된 자가 유엔군은 92,970명, 미군은 7,140명으로서 이 전쟁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와 상관없는 이들의 희생을 통해 우리나라가 공산침략으로부터 지켜질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 없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전사한 17살 학도병이 전투 중에 부모님께 보낸 편지 내용입니다. -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께! 다행히 이 편지가 부모님께 전해져 부디 두 분이 흐뭇한 표정으로 이 편지를 받아보시길 기대하며 연필을 듭니다. 할머님은 건강하시죠? 동생들에게도 제가 많이 보고 싶어한다고 전해주십시오. 저는 지금 부산의 낙동강 근처입니다. 이곳은 생각보다 정말 비참하고 참담하고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폭음 속에서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매일 같이 붉은 피에 물들어 죽어 가는 전우들을 보면 몸서리치게 부모님이 그립습니다. 집에 돌아가고도 싶지만 나라를 잃으면 가족들도 잃는 것이라는 대대장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용기를 내어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새로이 하나 된 나라 아래서 행복하게 동생들이 뛰어 놀고 커갈 것을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 힘든 전투들도 견뎌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집과 가족들이 못내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어머님께서 해주셨던 참기름을 듬뿍 바른 갓 쪄낸 쑥개떡이 가장 그립습니다. 꼭 집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그리운 어머님의 쑥개떡을 먹어 볼 수 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어머님 아버님! 한 번도 말씀드린 적 없지만 마음속 깊이 두 분을 사랑하고 있음을 전합니다. 부디 다시 뵐 날까지 내내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큰아들 의수 올림 - 이런 애국 희생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우리는 그 극심한 가난으로부터 이만큼 물질적 풍요를 주신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과거엔 보릿고개가 되면 먹을 게 없어 소나무껍질 벗겨먹고 풀뿌리 캐먹었는데, 지금은 남는 쌀을 보관하고 처리할 것을 걱정할 만큼 양식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2018년에 2869만 명, 전 국민의 56%가 해외여행을 다녀오고(일본은 15%), 대학생 중에 어학연수를 가지지 않는 학생이 드물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천년 역사 중에 지금처럼 잘살던 때가 없었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어도 이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망각하고 도리어 방탕과 죄악에 빠지면 이제는 무서운 심판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통계학자로서 국가 재정에 관련한 책을 쓴 로저 밥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가의 번영은 그 나라 국민의 지적 영적인 성장에 달려있다. 돈이나 부유함에 달려있지 않다.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스페인 등과 같은 나라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던 나라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그들이 부가 자신을 구하기는커녕 멸망을 재촉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미국)는 지금 가장 부유한 선진국가지만 머지 않아 곧 2류 국가로 전락하고, 그 다음엔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크리스천으로서, 그리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은혜와 우리의 책임은 무엇입니까? 첫째,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할 책임입니다. 옛날 사무엘 선지자는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길을 너희에게 가르칠 것이라"(삼상12:23)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스코틀랜드가 메리 여왕이 통치할 때 역사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대였습니다. 종교는 부패하고 도덕은 땅에 떨어졌으며, 정치는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이 캄캄한 민족의 어둠 속에서 존 낙스는 이런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이 스코틀랜드를 구원해 주시옵소서. 아니면 차라리 나에게 죽음을 주시옵소서" 이 결사적인 기도를 하자, 메리 여왕은 영국의 전 군대보다도 잔 낙스의 기도를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침내 낙스는 그의 기도와 그의 투쟁을 통해서 복음으로 민족을 구하고, 민족을 재건시키고 개혁하는 위대한 일을 성취할 수가 있었습니다.


둘째, 나라를 소중히 여기고 국민의 도리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인구의 약 70%가 6.25를 모르는 세대이고, 또 80%는 해방의 기쁨을 모릅니다. 언젠가는 그 80%가 90%, 100%가 될 날이 올 것입니다. 뼈아픈 과거의 역사, 그 소중한 경험이 자꾸 잊혀지고, 퇴색되는 것은 크나큰 손실입니다. 그렇다면 20%의 세대가 겪었던 지난날의 그 고통의 역사를 후손에게 전해야만 합니다. 나라가 풍전등화 같던 때, 목숨걸고 나라를 지킨 우리 선배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말아야합니다.


1967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이 6일 전쟁 때, 미국의 한 하숙집에 이스라엘 유학생과 이집트 유학생이 하숙했었는데 전쟁이 나자 둘 다 없어졌습니다. 알고 보니 이스라엘 학생은 싸우러 조국에 갔고, 이집트 학생은 끌려갈까 봐 도피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국민은 300만이고 이집트는 1억이 넘었는데, 이스라엘은 불과 일주일만에 승리했습니다. 전쟁 중에 이집트 하늘엔 이스라엘 전투기가 항상 떠 있었는데, 이집트 곡사포가 이스라엘의 비행기 한 대를 추락시키고 보니 조종사가 만삭의 임신부였습니다. 이스라엘은 노인과 영아를 제외하고 모두 싸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이집트는 항복했습니다. 오늘의 이스라엘은 수백 마일 밖에서 물을 끌어다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고 모래땅을 적셔 비옥한 옥토로 만들고 전천후 농장으로 만들어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데는 남녀노소가 따로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셋째, 민족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잘 받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희생당하신 이들의 숭고한 뜻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유난히 못사는 나라가 '에티오피아'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에티오피아에 특별히 감사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된 배경에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는 왕실근위대였던 '강뉴부대'를 파병하며 이런 연설을 했습니다. "우리 에티오피아가 항상 추구해왔던 '세계평화를 위한 집단안보'를 실천하기 위해, 그대들은 오늘 장도에 오르는 것이다. 가서 침략군을 격파하고, 한국에 평화와 질서를 확립하고 돌아 오라. 그리고 이길 때까지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워라." 강뉴부대는 16개국 참전군인 중 가장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5차에 걸쳐 6,037명의 참전하여 123명의 전사자와 536명의 부상자를 냈지만 단 한 명의 포로도 없었던 것은, 이기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만 선택했기 때문에, 253번의 전투에서 253번의 승리를 거뒀습니다. 어떤 병사들은 월급을 고국에 보내지 않고 부대 안에 '보화원'을 만들어 전쟁고아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잠잘 때는 두려워 떠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6.25가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갔는데 고국은 7년 동안 극심한 가뭄에 시달려 풀이 없어 가축이 굶어죽었고, 아프리카 최강국이었던 에티오피아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느 해엔 100만 명이 굶어죽자 사람들이 봉기하여, 1974년 '맹기스투'가 쿠데타를 일으켜 에티오피아는 공산국가가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강뉴부대원들은 공산주의인 북한과 싸웠다고 감옥에 가두고 재산을 몰수하는 등 말할 수 없는 핍박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민주정부로 바뀌었지만, 6.25 참전 용사들은 그 사실을 숨긴 채 어렵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몇 년째, 주먹밥 먹기 행사로 모은 돈을 그곳에서 사역하는 이규현 선교사를 통해 강뉴부대원의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obriel Garcia Marquez)쓴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에는 해괴한 전염병이 돌고 있는 한 마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전염병은 바로 건망증입니다. 사람들은 점점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었고 병은 점점 확산되어 나이든 노인을 비롯하여 젊은 청년까지 심각한 건망증을 앓게 되어 흔한 일상용품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병에 걸리지 않은 몇몇 젊은이들은 필사적으로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여 피해를 줄이려고 애를 씁니다. '이것은 탁자입니다' '이것은 자동차입니다' 등등 이름을 붙이고, 마을입구엔 간판 두개를 달았습니다. 하나에는 '이 마을의 이름은 마칸도입니다'와, 또 다른 간판에는 '하나님은 존재하십니다'라고 크게 써놓았습니다. 작가는 하나님, 본질, 진리, 신앙의 의미를 잊고 사는 현대인의 건망증을 다루면서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에게 근본적인 평안을 가져다줄 수 없으며 가장 위협적인 건망증은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임을 시사하였습니다. 더 이상 하나님을 망각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결코 하나님의 은혜를 망각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정학진의 목사의 글입니다.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15세 소년의 투병기를 지켜보다가 울었다. 문득 건강한 것은 축복이 아니라 거룩한 부담이다. 사명임을 깨닫는다.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교회 서너 명 교인이 전부인 셋방 교회에서 월세 내는 날을 두려워하는 미자립 교회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 예쁜 건물은 축복이 아니다. 부담이다. 사명이다. 뼈까지 달라붙은 쇠꼬챙이 같이 마른 몸을 하고 목마른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저 어린것들이 있는 한, 하루 세 끼 따박따박 먹는 것은 더 이상 복이 아니다. 부끄러움이다. 잘 먹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할 일이 아니다. 잘 먹게 되어 죄송하다고, 우리만 잘 먹는 게 못내 죄송하다고, 내가 가진걸 나눌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평생 한번도 설교요청을 받아보지 못하고 부흥회 한번 해보지 못한 동역자가 있는 한 더 이상 부흥회를 인도한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두려움이다. 빚을 지고 살아왔다. 이 빚을 갚기 위해 뼈를 깎아 보석을 만들고 훈련과 성실로 내 영혼을 맑게 헹궈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슴아파 울고 있는 교우가 있는 한, 더 이상 내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는 게 복이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고, 칭찬거리가 많은 게 자랑이 아니다. 입 다물고 겸손히 그 분의 은혜를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10:11-12). 여기까지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받은 복과 시련을 통해서도 끝내 큰 일을 이루실 하늘의 섭리를 생각하며, 하나님의 나라와 이 민족을 위해서 우리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십시다.

고린도전서 10장 11~12절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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